의도치 않은 웨이팅... (저는 웨이팅을 극혐함니다 웨이팅 할 바에 손님 없는 한산한 식당 가서 먹으리)
SNS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음식 비주얼에 꽂혀 캡처해뒀다가 다음에 가봐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마침 동성로에 갈 기회가 생겨 동아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휴무,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4시 언저리 즈음이라 식당 쪽으로 걸어가서 5시까지 기다리자 하여 느긋하게 걸어 4시 45분에 동아 식당 앞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동아 목공이라 적혀있었다.
4시 45분쯤 도착하니 이미 줄이 있었다. 약 10여 명 정도...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좌석이 몇 개 없다. 내부는 아주 좁았다.
이 식당이 이렇게 인기 있는 곳이었나, 그래도 괜찮다. 우리까지는 들어가지 싶다.
되게 더워서 5시까지의 15분이 되게 길게 느껴졌다. 으아아...
5시가 되어 차례차례 입장했다.
헉 ㅎㅎ 조금만 늦었으면 짤렸겠다, 우리까진 들어가겠지? ㅎㅎ 히히.. 히.. 히?...????
우리까지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딱 우리 앞사람까지 입장, 우리 차례부터 5시 웨이팅 시작....
아니... 않이... 부글부글...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빨리 걸을 걸!!!! 웨이팅이 있는지 웨 아무도 말 안 해줬어
5시부터는 다행스럽게도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리면 되어서 굳이 줄을 안서도 되었다.
불행 중 작은 행복에 감사하기
5시에 밥 먹으러 들어갔으니 10분, 20분 안에 나오지는 않겠지.
15분 기다린 것과 내가 지금 첫 번째라 기다리지 않고 다른 곳 가기가 아까웠다.
웨이팅 하는 사람들도 다들 웨이팅 극혐이지만, 이런 이유에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걸까....
근처에 카페에 왔다. 밖은 너무 더워서 밖에서 계속 기다릴 순 없다.
카페 내부 디자인이 대충스러운 느낌이 났다. 대충의 멋★
식 후가 아닌 식 전 아메리카노. 근데 여기도 더워....
더위만 살짝 식히고, 그냥 밖에서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5시 45분, 드디어 입장 ~~!
정갈하게 놓인 수저와 앞접시, 컵.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내 자리를 보는 기분이란, 이래서 웨이팅을 하는 건가!
2019년 가을에 시작된 동아 식당은 '익숙함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경상도의 재료와 사계절의 이야기를 접시에 담아냅니다. 2022년 동아 식당 봄여름 이야기에서는 여름철 입맛을 돋워줄 밀양의 깻잎, 군위 용대 방앗간에서 받은 고소한 들기름으로 경상도의 향긋함을 담았습니다.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것들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동아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즐겨주세요.
심오한 이야기를 담은 페이지를 뒤로하고, 고민 없이 4가지 메뉴 모두 주문
우리는 3명이서 와서 4 메뉴 시켰는데, 옆 테이블 커플은 2명이서 와서 5 메뉴를 시키더라.
메인 메뉴 3개, 계란 김밥은 1인당 1개씩. 멋져....
투명한 정수기 물 대신에 이런 보리차(?)가 나오는데, 이런 물을 마시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사르르 좋아진다.
정수기 물은 내 일상이지만, 이런 보리차는 내 일상에 흔하지 않아.
들기름 막국수 먼저 나왔다. 입으로 맛보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기.
노른자 터트려서 비벼 비벼
닉값하는 들기름 국수. 먹기 전부터 들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여기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들기름 국수에 빠져서 다른 국숫집에서 들기름 국수를 시켜 먹은 적이 있는데
같은 들기름 국수지만, 다른 맛 들기름 국수였다... (ㅠㅠ)
제육볶음에는 수란이 가운데 있고, 파채가 엄청나게 많다.
밥 위에 제육만 얹은 게 아니고, 밥이 제육과 소스와 함께 비벼져 나온다.
또 계란이야? 생각했지만, 들기름 국수와 제육 볶음밥이 아예 다른 느낌이라 질리는 느낌은 없었다.
매콤한 양념의 제육 볶음밥. 불향 가득해 보이는 제육 볶음밥.
그리고 차돌 깻잎 국수.
진한 육수에 차돌박이가 들어가니 맛이 더 구수했다. 깻잎은 총총 잘게 썰어져 있다.
그리고 소면, '요리'의 '요'자도 잘 모르지만 이 음식이 아주 맛있다는 건 알 것 같다..
또 기대했었던 계란 김밥. 모든 메뉴를 기대했지만, 계란이 꽉 차 있는 이 김밥이 제일 기대됐다.
직접 앞에서 계란 김밥을 만드시는데 만드시는 걸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칼로 김밥 썰으실 때 되게 정성을 다해(?) 날렵하게 써심.
계란이 정말 그냥 꽉 차있다. 밥은 거들뿐...
촉감이 되게 보들보들한데, 그래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되게 부드러운 계란이었다.
그리고 음료는 따로 안 시켰고, 황금보리 17도라는 술이 있기에 시켜봤다.
가격은 3천 원, 한 잔에 따라 주신다고 했다.
이렇게나 가득 한 잔, 17도짜리 술이다.
사진 정리하다가 투명한 물이 담긴 컵을 마구 찍어놨길래 물을 왜 이렇게 많이 찍어놨지? 하면서 다 삭제했는데...
물이 아니라 황금보리 17도였다 ㅠㅠㅠ 여기 물은 보리차라고 ㅠㅠㅠ
이미 다 삭제하고 사진 없겠구나... 했는데 다행스럽게 발견한 황금보리 17도! 한 잔 가득 주시는데 다 못 먹었다.
소주도 17도가 안되는데... 한 컵이면 반 병 정도 되지 않을까.
맛은 뭐... 그냥 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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